책 이야기

새의 선물 / 은희경

몽실사랑 2011. 11. 2. 13:23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p405)

 

은희경님의 1995년도 작품,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선물"을 이제서야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줄 알았다..ㅋ

왜냐하면 은희경님은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의 소설은 모두 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전에 새의 선물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책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내 기억력을 탓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처음 읽어보는 책이다..

그리고 책 내용도 너무 좋은 것이다..이런 좋은 책은 왜 여태껏 읽지 않을 것일까?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12살 진희라는 아이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엄마는 일찍이 자살로 돌아가시고 아빠의 얼굴은 알지도 못한 채

외할머니와 이모, 삼촌과 함께 살아가는 진희는

12살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세상을 보는 눈도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다.

12살 진희는 이미 내면적으로 성숙되어 있었으므로, 성장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12살 진희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여러 모습의 사람들과 그들의 살아가는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어른이지만 철이 없어보이는 이모의 사랑과 아픔

자기 삶속에 자꾸 불행의 구덩이를 파면서 살아가는 광진테라 아줌마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연약한 효자 장군이와 과부로 억세질 수 밖에 없었을거 같은 장군이 엄마

그리고 그 집에 하숙을 치는 최선생님과 이선생님

신분상승을 꿈꾸면 교태를 부리던 미스 리

그리고 사람들의 사랑과 죽음과 상처의 이야기들..

때론 웃기고 때론 진지한 이 소설은 재미와 철학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미 10년도 더 된 소설이지만,

이 소설속의 60년대도, 이 소설이 출간된 90년대로, 지금 이 책을 읽고있는 2000년대도

사람사는 모습은 전혀 변한게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사랑하고 상처입고 때론 분노하고 또 그것을 잊고...그렇게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허무하게도 느껴지는 이 소설은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사람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냐는 반문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