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올림픽의 몸값(1-2) / 오쿠다 히데오

몽실사랑 2011. 8. 1. 09:33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역시나 그의 소설은 술술 읽히는 마법과도 같은 책이다...

 

우리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선입견과 같은 고정관념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유쾌, 상쾌, 통쾌와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현실풍자와 비틀기는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손에 들게 되면 항상 그런 류의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올림픽의 몸값"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제목의 소설책을 손에 들게 되었을 때도

역시나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에 되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동안의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 책이 되었다.

이 책..사실은 심각하고 진지한 책이다...

물론 재미있다..

하지만, 아주 독특한 소재를 가진 이 소설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를 간직하고 있지 않다..

어쩌면 그가 이 소설속에 숨겨놓은 그의 풍자를 미쳐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올림픽의 몸값"은 전쟁의 폐허속에서 일본이 일구어낸 기적과도 같은 1964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18회 하계 올림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새마을운동과도 비슷하게- 도쿄를 중심으로 개발을 시작하였고, 도쿄올림픽으로 그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개발속에서 소외되는 노동자들, 시골의 빈농들이 생겨나고 부의 집중은 점점 더 심화되지만 이에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피지배층은 현실에 순응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갈 뿐이고, 지배계층은 피지배층에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올림픽"인 것이다..

권력자이든 노동자이든 대학생이든 야쿠자든..그들 모두에겐 일본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이 자랑스럽고 감격스러우며 외국(특히 미국?)에 일본의 좋은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며, 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해야 한다는 사명감만은 모두 똑같다.

단 한명 시카지로만 빼고..

 

이 소설의 주인공 시카지로는 대담하게 올림픽을 놓고 일본정부에 인질극을 벌인다.

'양들의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시카지로의 계획은 허무맹랑하지만, 그 본질은 슬픈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국민들이 올림픽이라는 성과에만 열광하며, 그 이면에 있는 현실의 부당함(부의 집중, 노동자의 핍박 등)에는 관심도 없는 사이, 시카지로는 도쿄에만 부가 집중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전 국민이 오로지 한가지 목표만을 위하여 어떠한 반대도 용납하지 않는 상황....전체주의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전체주의와 애국심 또는 민족주의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인지, 아니면 애국심과 전체주의에 대한 물음인지..

아니면 그냥 흥미위주의 재밌는 소설일 뿐인지...

 

소설 하나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는 정말 재주꾼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