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연 이야기/공연 이야기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 (150528)

몽실사랑 2015. 5. 30. 09:04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지는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를 관람했습니다.

 

 

푸른달 극장에서 공연하는 푸른달 극단의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를 알게 된 건

일명 '푸른달의 기적'이라는 사건을 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관련내용 참조*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0508000677&md=20150508131912_BL

 

http://m.media.daum.net/m/media/newsview/20150508103910354

 

http://m.cafe.daum.net/truepicture/Qt7/1045754?q=푸른달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는 삼국유사의 손순설화를 현대로 가져온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형편에 늙은 노모의 밥을 빼앗아 먹는 아들을 묻기로 한 손순은

산에서 아들을 묻을 자리를 파다가 그 자리에서 돌종을 발견합니다.

아이를 죽이지 못한 손순은 아들과 그 돌종을 가지고 집에 오게 되고

돌종의 소리를 들은 임금은

손순의 이야기와 그 깊은 효심에 감동을 받아

큰 상을 내리게 되고

손순은 가족들과 잘 살았다고 합니다...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은 삼국유사 설화의 주인공과 같은 '손순'입니다.

손순 역시 치매걸린 노모와

장애와 정신분열이 있는 아들을 키웁니다.

손순과 부인 지희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아들 유하의 병원비 대기도 빠듯한 형편의 손순과 지희...

그들의 삶은 나아질 거라는 희망조차 없어 보입니다.

결국 손순은 아들 유하를 외딴 곳에 묻기로 합니다...

 

사람이 더 이상 희망없이 절망으로,

인생의 낭떠러지 앞에 서 있을 때

사람들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 걸까요?

 

 

뉴스에서 매일 듣는게 일상이 되어 버린 듯한,

생활고를 비관한 사람들의 자살이야기...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같이 죽었다는 이이기들...

우리가 일상속에서 무감각하게 듣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를 통해 시각과 청각과

그리고 이를 감정으로 직접 느끼는 기분이었습니다.

 

연극이 시작함과 동시에 울컥하게 만들더니

결국은 보는 내내 너무 울어서 힘들어지더군요...ㅠㅠ

 

 

지희와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노모를 볼때는

내가 늙어서 저렇게 되면 어쩌나,

부모님이 저렇게 되면 나는 어떻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노모와 지희의 처지가 안타까워서 울었습니다...ㅠㅠㅠ

 

그리고 노모와 유하라는 커다란 짐에 눌려

사는게 힘든 손순의 처지가 안타까웠고

 

유하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손순과 지희의 현실이 마음 아파서 울었고,

 

해맑고 순수한 유하가 불쌍해서 울었고,

그런 유하의 조건없는 부모에 대한 사랑 때문에 울었습니다...ㅠㅠㅠ

 

그리고, 나중엔 너무 화가 났습니다...

손순가족이 절망에 괴로워할 때

현실의 벽앞에서 무너질 때

왜 국가는 가족의 해체를 뒷짐지고 구경만 했을까요..

 

현대사회에선 병원비때문에 가정이 무너져서는 안되는거 아닌가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대사회에서

절망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손순가족은

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던 걸까요??

 

가정을 지키는 건

일차적으로는 가족 구성원에게 그 책임이 있지만,

국가도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설화처럼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순 없겠지만, 

적어도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처럼

비극으로 끝나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ㅠㅠ

 

 

 

연극[손순, 아이를 묻다]의 무대엔 대나무와 붉은 실 뿐입니다.

처음엔 너무 휑한게 아닌가 싶었는데

연극이 진행되면서 대나무와 붉은 실의 변화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드는게 참으로 독특했습니다..

 

대나무의 의미를 모두 파악하진 못했지만,

때론 집이 되기고 하고

때론 목을 조르는 흉기도 되고

때론 흔들리는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는

무대장치로서의 대나무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숲속을 보여줄 때 나타난 많은 붉은실들....

이게 '혈육'을 상징한다고 하던데...

참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무대장치였습니다...ㅠㅠ

 

그리고 특이한건 극중 등장인물인 유하가 '인형'이었다는 것입니다.

인형으로 유하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다라는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인형만 봐도 울컥해지지만요...ㅠㅠ

 

 

짧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걸 느끼고

많은걸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었습니다...

연극을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나서도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재관람할 용기가 생기지는 않지만,

좋은 연극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