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연 이야기/영화 이야기

<영화> 워낭소리

몽실사랑 2009. 3. 7.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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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참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를 벼르고 벼르다가 이제서야 봤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극장에서 독립영화를 보는건 나도 처음이다.

더구나 다큐멘터리를 말이다..

사람들이 다큐멘터리에 왜 이리 열광하나..참으로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이해가 된다.

 

일단 왠만한 상업영화보다 재미있다.

할머니의 지청구가 대사나 애드리브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하는 말들..

우리가 흔히 듣던 소리들이다..

" 내 팔자야"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말들은 웃기면서도 현실감이 살아있다.

 

그리고 왠만한 상업영화를 저리가라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 영화는 할아버지와 소의 이야기이다.

소의 보통 수명은 15년...그런데 이 영화속 소는 40살이 넘었다.

할아버지만큼 늙었다..

할아버지는 한쪽다리가 불편해서 걷는게 힘들다.

소도 나이가 너무 많이 걷는게 힘들다.

그렇지만, 소가 없으면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소는 할아버지의 친구이며 동업자이며 농기구이며 자가용이다.

할아버지는 소가 없으면 병원조차도 갈 수 없다.

 

처음엔 "저 할아버지 소를 너무 학대하는거 아냐?"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할아버지의 소에 대한 사랑과 지극한 보살핌을 보고 있노라면

평생 일만하고 살아오신 할아버지의 생활습관이 소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귀가 살짝 어두운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잔소리에도 투정에도 묵묵부답이지만

소가 내는 워낭소리, 소의 울음소리는 아파누워있다가도 눈을 번쩍뜨신다.

다리가 아파 움직이기가 힘들어도 소에게 먹을 꼴을 베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소에게 해가 갈까봐 논이나 밭에 농약도 치지 않는 할아버지다.

 

소도 한걸음 한걸음 떼는게 힘들어도

할아버지가 가자고 하는 곳엔 두말않고 따라간다.

젊은 소에게 치여 먹이를 제대로 못 먹어도

너무 늙고 허약해서 뼈만 앙상해도

묵묵히 할아버지만 따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나이가 먹으면 폐품취급이다.

젊었을 때 했던 노력들은 어디서도 보상받지 못한다.

존재 자체에 대한 소중함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우리보다 먼저 살아간 살아있는 생명들의 덕분이니까 말이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이 "Old partner"이다.

할아버지의 소와의 관계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제목이라 여겨진다.

우리네 제목인 워낭소리와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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