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연 이야기/공연 이야기

연극[프로즌]-박호산/우현주/정수영(150620)

몽실사랑 2015. 6. 20. 09:01

 

 

 

2015년 6월 9일부터 7월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프로즌]을 관람했습니다.

연극[프로즌]은 극단 맨씨어터작품으로 이번 공연이 우리나라 초연입니다.

 

사실 공연 전부터 김광보 연출에

박호산, 이석준, 우현주, 정수영 배우의 출연과

극단 맨씨어터의 작품이라는 것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연극으로

티켓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이 된

그야말로 표구하기 힘든 공연이었습니다...

저도 어렵게 티켓팅해서 관람하게 된 연극인데요,

사실 시놉시스만 읽어봤을 때

연극이 꽤 무겁게 느껴져서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연극[프로즌]엔 세명의 배우가 등장합니다.

연쇄 살인법이자 소아성애자인 랄프 (박호산/이석준)

연쇄 살인으로 자녀를 잃은 엄마 낸시 (우현주)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사 (정수영)

 

 

'용서'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내용이 진행되는 연극[프로즌]은

내용이 상당히 무겁습니다.

 

제목처럼 모두 얼음속에 갇혀있는

 랄프, 낸시, 아그네사는

그 얼음을 깨치고 세상밖으로 나올수 있을지,

그 얼음을 깨는 도구가 '용서'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박호산 랄프...첫 등장부터 정상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해맑게 웃으면서 죄책감이나 후회같은 걸 하지 않는 다는 랄프를 보면서

소름끼칠 정도의 섬뜩함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천진한 얼굴로 아무 꺼리낌없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의

박호산 랄프가 정말 무서웠습니다.

 

가해자로서 아무 죄의식이 없던 랄프가

 어릴 때 아빠로부터의 학대의 기억으로 자신 또한 피해자이고

그런 자신이 다른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진실을 비로소 마주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쇄살인범이자 소애성애자를 결코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되풀이 되는 학대의 모습은 가슴아팠습니다.

 

 

우현주 낸시...자녀를 잃고 무너져가는 모습을 정말 리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담담한 듯 보이지만 내면이 무너지는 모습이 가슴아팠고

범죄로 인하여 한 가정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우현주 낸시가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랜 고민끝에 낸시가 랄프를 용서한다고 할때

오히려 그 용서가 가장 잔인한 복수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죄의식이 없던 랄프에게 죄책감이라는걸 만들어주었으까요..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낸시는 오히려 편안해 보였습니다.

 

 

 

정수영 아그네사...냉철한 정신과 의사로 연쇄살인범의 뇌를 연구하면서

한편으론 자신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떠넘겨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낸시에 의해 그 마저도 좌절되고

평생을 죄책감에서 살아가야할 생각에 무너지는 아그네사...

이성과 감성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쫀쫀한 연출로

2시간여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관람한 연극인데요

표도 없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재관람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연극을 내내 지배하고 있는 무거움이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