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비탈진 음지 / 조정래

몽실사랑 2011. 9. 14. 11:17

1973년 작품 중편 "비탈진 음지"가 2011년에 장편으로 개작하여 다시 출간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게 1973년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2011년 현 상황과 대입해 보아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농업의 붕괴로 많은 농민들이 서울로..서울로..무작정 상경을 하면서

도시빈민이 되어가는 시대상황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

정치적 이념, 사회문제 고발..이런 내용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 고향을 등지고 서울에서 고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만으로도 그 시대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런 소설이다..

 

전라도에서 소작농으로 어렵게 살아가던 복천은

아내의 병과 죽음으로 얼마 되지 않은 땅을 팔고 빚까지 지게된다...

큰 아들은 집떠나 10년이 넘도록 소식도 없고,

더이상 고향에서 농사로 먹고 살 수 없었던 복천은 큰딸과 작은 아들을 데리고 야반도주하듯이

고향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다.

다행히 같은 지역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움이 되주는 떡장사 아줌마의 도움으로

주거는 해결하지만.. 서울살이가 만만치 않다..

복천의 삶과 그가 칼을 갈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어렵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왜 농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지..

그들이 왜 도시빈민이 되어 급속한 산업화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그늘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난했는지..

이 짧은 소설하나로 모든게 설명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을 바라보고 있으며,

세계경제 11위의 나름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의 그늘에서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준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를 돌아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작가의 말대로 더 이상 이런 소설이 읽히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랄뿐이다..